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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목차: 관세전쟁과 동아시아 경제의 미래
서론: 경쟁인가, 협력인가? 미중 관세전쟁이 만든 한일 경제의 복잡한 역학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언한 25% 관세정책은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라는 단면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과 한국은 서로 인접한 국가이자,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서로 닮은 산업구조를 가진 **'경쟁적 파트너'**다.과거에는 소재·부품 수출입 구조로 긴밀히 협력했던 양국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반도체, 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관세전쟁은 이러한 한일 경제 관계에 새로운 변수이자 전환점을 던지고 있다.
1. 반도체: 협력에서 경쟁으로 전환되는 산업
한일 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오랜 시간 공급망 파트너로 공존해왔다.
일본은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실리콘 웨이퍼 같은 소재를 공급하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제품을 생산·수출하는 구조였다.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면서
양국은 각자 직접 미국 시장에 진출해 기술 경쟁을 벌이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2025년 3월, 일본의 키옥시아(Kioxia)는 미국 오리건주에 8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부지와 20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사실상 같은 공급망 내에서 두 나라 기업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출처: Nikkei Business, 2025.03.28)
2. 자동차 산업: 한국의 위기, 일본의 기회?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수출 물량의 약 70%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다.
반면 일본은 상당수 차량을 미국 내 현지공장에서 조립해 관세 리스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미국이 향후 한국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검토할 경우,
일본 업체들은 상대적 가격 경쟁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2025년 4월, 혼다와 토요타의 미국 현지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7% 이상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유통망에서 “불확실성 때문에 대량 주문을 꺼리는 분위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출처: Automotive News, 2025.04.10)
3. 이차전지 및 전기차 배터리: 협력의 가능성 열리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 산업은 한일 간 협력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분야 중 하나다.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의 핵심 공급자로 부상했으며,
일본의 파나소닉도 테슬라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고용량·고밀도 셀 중심의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최근에는 한일 합작 배터리 기술연구소 설립 움직임도 보도되었으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일본은 한국 배터리 기업의 소재 조달 라인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출처: Reuters Japan, 2025.04.05)
4. 정부 간 외교 대응의 차이: 한국은 늦고, 일본은 빠르다
한일 모두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지만,
정치적 안정성과 외교 대응력에서 일본이 한발 앞서 있는 상황이다.일본은 기시다 총리 주도 하에
2025년 들어 미국 상무부·무역대표부(USTR)와의 정기 교섭 채널을 다시 열었고,
기술 규제 완화, 공급망 안정 협의 등을 빠르게 진전시키고 있다.반면 한국은 대통령 탄핵과 국정혼란으로 인해
외교 협상력이 약화되었고, 미국과의 고위급 대면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차이는 기업들의 시장 접근 기회에서 불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론: 경쟁과 협력의 경계, 다시 그려지는 한일 경제
미중 관세전쟁이라는 거대한 외부 변수는
한국과 일본이 단순한 경쟁자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일본은 빠른 대응과 전략적 투자로 미국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고,
한국은 기술력으로 승부하려 하지만 정치 리스크와 외교공백이 발목을 잡고 있다.하지만 배터리, 그린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여지도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누가 더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동아시아 경제 주도권을 가를 수도 있다.
다음 글 예고
“제2의 냉전인가? 미국 관세전쟁이 만들어낸 글로벌 경제 블록의 재편”
마지막 편에서는
미국의 관세정책이 만든 세계 경제 질서의 흐름을 조망한다.
중국 중심의 신경제 블록 vs. 미국 중심의 서방 진영,
이 구도가 어떻게 굳어지고 있으며,
향후 한국·일본 같은 중견국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살펴본다.'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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